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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에게 더 좋은 운동은? (걷기, 수영)

only-one1004 2025. 4. 29. 00:24

 

며칠 전 아버지가 계단을 오르다 말고 잠깐 멈추셨습니다. 괜찮으시냐고 묻자, "아이고, 예전 같지 않구나"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웃음에 담긴 무게가 오래 남습니다. 젊을 땐 어디든 척척 다니셨던 분인데, 어느 순간부터 숨이 차고, 다리가 무겁고, 약속도 줄었습니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선뜻 뭘 하실지 못 정하셨습니다. 걷기? 수영? 이건 단순한 비교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일상 속 선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수영장에서 건강관리하는 할아버지
수영장에서 건강관리하는 할아버지

 

걷기, 별거 아니지만 마음이 달라집니다

어머니는 아침이 되면 말없이 나가십니다. 운동복도 아니고, 그저 평소 입던 옷 그대로입니다. 예전엔 무릎이 아프다며 자주 앉아 계셨는데, 이젠 오히려 걷고 오면 덜 아프다고 하십니다. 하루에 30분쯤, 어떤 날은 한 시간도 넘기십니다.

"생각이 많아질 땐 걷는 게 최고야." 그렇게 말씀하시곤, 혼자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오십니다. 길가 가게 진열된 채소 보며 제철을 느끼고, 공원 벤치에 앉아 잠깐 하늘도 보십니다. 걷는다는 건, 그냥 발을 옮기는 게 아니라 그날의 기분을 정리하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가끔은 내가 같이 나갑니다. 말없이 걷다 보면, 갑자기 "너 어릴 때 저기서 넘어졌던 거 기억나?" 하고 물으십니다. 나도 까먹었던 걸 말입니다. 그런 얘기 나누다 보면, 걷는다는 게 운동인지 추억인지 모릅니다. 그냥... 좋아서 걷게 됩니다.

요즘은 동네 이웃들과도 걷는다고 하십니다. 누군가는 조용히, 누군가는 시사 이야기를 꺼내며 걷습니다. 그 속에서 몸이 움직이고, 마음도 덜 외롭습니다. 그렇게 걷기란, 아주 조용한 연결이 됩니다. 그리고 걷고 돌아오신 날엔 이상하게 밥맛도 더 좋아지십니다. “오늘은 된장찌개가 땡긴다” 하시며 부엌에 들어가시는 걸 보면, 몸뿐 아니라 마음도 함께 움직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수영, 처음은 낯설지만 그다음이 다릅니다

아버지는 원래 물을 별로 안 좋아하셨습니다. 물이 깊을수록 겁도 나셨고, 옷 젖는 게 귀찮다고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수영장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십니다. 친구분이 한번 같이 가자 해서 따라간 게 시작이었는데, 이제는 일과가 됩니다.

첫날은 그냥 물에 발만 담그고 돌아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엔 조심조심 몸을 담그셨고, 얼마 후엔 물속에서 천천히 걷기까지 하셨습니다. "몸이 뜨니까 무릎이 안 아프더라." 그 말이 왠지 기분 좋게 들립니다.

지금은 주 2~3번씩 꾸준히 다니십니다. 수영을 하고 나면 얼굴이 좀 맑아집니다. 잠도 잘 주무십니다. 집에 오시는 길엔 꼭 편의점 들러 따뜻한 커피를 사오십니다. 그게 또 그날의 마침표 같습니다. 수건으로 머리를 툭툭 털며 들어오시는 모습이 제법 젊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물속은... 조용해서 좋아. 그냥 나 혼자 있는 것 같아."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물에 뜬다는 게, 단순히 몸의 가벼움이 아니라 마음의 쉼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물의 감촉이, 시간이 멈춘 듯한 평온함을 준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날은 “물속에서 그냥 눈 감고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수영은 익숙해지면 몸이 덜 긴장하고, 그만큼 더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운동 효과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 시간이 아버지에게는 자신을 위한 귀한 시간인 듯합니다.

무엇이 맞을까? 정답은 없습니다

걷기냐 수영이냐,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몸이 어떤 상태인지, 어떤 걸 즐거워하는지, 거기에 따라 다를 뿐입니다. 무릎이 유독 안 좋다면 수영이 편할 수도 있고, 바깥 공기를 쐬는 걸 좋아한다면 걷기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어머니는 비 오는 날엔 창문 열고 실내에서 천천히 걷습니다. 아버지는 수영장이 쉬는 날엔 TV 보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십니다. 중요한 건, 오늘도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날은 하기 싫을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쉽니다. 괜찮습니다. 내일 다시 해도 됩니다. 억지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얇고 길게, 그게 진짜 운동입니다.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하면 더 오래할 수 있습니다. 대화를 나누며 걷고, 수영 끝나고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하는 그 시간이 사람을 지치지 않게 만듭니다.

혼자 하는 운동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하는 운동은 그 자체로 또 다른 기쁨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친구와 같이 걸으면 시간이 더 빨리 간다고 하시고, 아버지는 수영장 앞에서 친구와 마주치면 더 힘이 난다고 하십니다.

결론

운동이란 게 대단한 무언가는 아닙니다. 걷다가 바람을 한 번 더 느끼는 것, 물속에서 두 팔을 더 뻗어보는 것. 그런 아주 작고 느린 움직임이 쌓여 몸이 달라지고,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오늘 꼭 뭘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대신 내일은 한 발짝 더 내디뎌보자는 마음이면 됩니다. 가볍게라도 말입니다. 그걸 반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삶의 리듬이 생깁니다. 운동은 결국 '해야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 하게 되는 순간부터 진짜가 됩니다.

아버지는 내일도 수영을 하실 것이고, 어머니는 모자 쓰고 골목을 걸으실 것입니다. 나도 언젠가, 그들의 걸음을 따라 걷게 될 것입니다. 그게 인생입니다. 그게 건강입니다. 그렇게 오늘도,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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