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줄 돼서 은퇴하고 나면 사람들은 생각이 많아집니다. 젊을 땐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은퇴하고 막상 시간이 많아지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사람들마다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가며 산책도 하고, 옛 친구들과 커피도 한잔하고, 집에서 쉬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작은 하루하루가 고맙게 느껴집니다. 저처럼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되어, 요즘 제가 어떻게 지내는지 한 번 적어보려 합니다.
산책이 내 몸과 마음을 살려줬어요
처음엔 그저 심심해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텔레비전도 질리고, 소파에 앉아만 있자니 허리도 아팠습니다. 그러다 문득, 밖에라도 나가볼까 싶어 신발을 신고 나섰습니다. 동네 공원까지 슬슬 걸어가서 벤치에 앉아 한참을 햇볕만 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기분이 좀 나아졌습니다. 몸도 마음도요. 그다음 날 또 나가보았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물 한 잔 마시고, 운동화를 신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특별한 코스는 아닙니다. 집 앞 골목을 지나 조그만 시장을 끼고 도는 길입니다. 천천히 걸으면서 가게 구경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바라보며 걷습니다. 한 바퀴 돌고 나면 땀이 살짝 나는데, 그게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하루라도 안 걷고 집에만 있으면 몸이 찌뿌둥합니다. 산책하면서 바람을 맞고, 햇살도 받고, 계절이 바뀌는 것도 눈으로 느낍니다. 걷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도 정리됩니다. 예전 일도 떠오르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가끔은 친구와 함께 걷기도 합니다. 같이 걸으면 말도 많아지고, 웃음도 납니다. 혼자 걸을 땐 조용해서 좋고, 같이 걸을 땐 즐거워서 좋습니다. 어느 쪽이든 산책은 제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친구란 게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사람이 혼자 오래 있으면 좀 우울해집니다. 특히 저희 같은 나이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할 땐 매일 얼굴 보던 동료들이 있었는데, 은퇴하고 나면 그런 관계가 뚝 끊기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안 하고 지낸 적도 있습니다. 그땐 괜히 마음이 허하고, 자꾸 과거 생각만 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먼저 연락을 해보았습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후배에게 문자를 보내고, 고향 친구에게 전화도 했습니다. 한두 번 만나 밥 먹고 차를 마시니, 그게 그렇게 좋았습니다. 같이 웃으며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릅니다. 별 얘기도 아닌데 왜 그렇게 웃긴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주기적으로 만납니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얼굴을 보고, 자주 통화도 합니다. 동네 근처 노인복지관에도 등록하여 탁구도 치고, 노래도 배우고 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도 금방 친해집니다. 비슷한 나이,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이다 보니 금세 통합니다.
무엇보다 친구가 있다는 것은, 내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는 뜻입니다. 그것이 참 사람을 살게 합니다. 나이 들어서 제일 큰 재산은 건강도 있지만, 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지내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시간도 꼭 필요합니다.
쉬는 것도 요령이 있어요
젊을 땐 ‘쉬는 게 뭐가 어렵냐’ 싶었는데, 막상 은퇴하고 나니 쉬는 것도 참 어색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루 종일 쉬면 괜히 찝찝하고, 뭔가 게을러진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괜히 일거리를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몸이 더 지치고, 마음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진짜 ‘쉬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아침엔 산책하고, 점심 먹고 나면 20~30분 낮잠도 자고, 라디오를 틀어놓고 음악 들으면서 멍하니 있는 시간도 있습니다.
책도 읽고, 좋아하던 옛날 영화도 틀어봅니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니까, 이제는 쉬는 게 참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명상이나 스트레칭 같은 것도 시도하고 있습니다. 몸이 굳으면 생각도 굳는다고 하잖아요. 간단한 동작만 해도 몸이 가벼워지고, 기분도 맑아집니다.
물론 꾸준히 하기는 어렵지만, 제 속도에 맞춰 해보는 중입니다. 중요한 건 남과 비교하지 않고, 제 페이스대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입니다. 요즘은 하루가 끝나면 “오늘도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닌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참 편안합니다. 그게 바로 잘 쉬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은퇴하고 나서 제가 깨달은 게 있습니다. 은퇴 후의 삶에는 꼭 거창한 목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보폭을 좁게 하더라도, 사람을 만나 웃고, 조용히 쉬는 그 시간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 될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누구든 처음엔 낯설고 어색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점점 자신만의 방식이 생깁니다.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작은 습관 하나씩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걷고, 웃고, 이야기하고, 쉬어보시길 권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