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모님과 함께 사는 세대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변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산다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따뜻함과 고마움이 숨어 있습니다.
세대가 다르다 보니 사고방식이나 생활 패턴이 다르기도 하지만, 그 다름 속에서 배워가는 시간이 많습니다.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노인의 하루는
단순히 ‘같이 사는 것’을 넘어서 ‘같이 살아가는 것’입니다.
오늘은 그런 하루 속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세대 간 소통 – 말보단 마음, 마음보단 시간
아버지는 말을 많이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대체로 조용히 계시고, 뭔가 해달라는 말도 잘 안 하십니다.
하지만 가끔 툭 던지듯 하시는 말에서 마음이 묻어나올 때가 있습니다.
“TV 리모컨이 이상한데…”
“폰에 사진이 다 사라졌어.”
이런 말은 단순한 부탁이 아니라, 사실은 ‘같이 있어달라’는 말일 때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아, 또 이거구나” 하고 넘겼는데, 요즘은 그 말의 속뜻을 좀 알게 됩니다.
함께 앉아 리모컨을 고쳐보면서 웃고, 사진을 다시 찾아드리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뉴스 채널을 같이 보고 있으면, 그게 말은 없어도 소통이 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손주 사진 보는 법을 배우시는 중이십니다.
“이거 누르면 나오는 거지?” 하시며 조심조심 터치하시는데, 그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합니다.
소통은 말보다, 시간을 함께 보내는 데 있다는 걸 요즘 많이 느낍니다.
건강 루틴 – 챙겨드리는 게 아니라, 함께 걷는 것
아버지는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십니다.
알람도 없이, 딱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십니다.
부엌에서 물을 끓이고, 조용히 아침 준비를 하십니다.
저는 출근 준비로 정신없고, 아이는 등교 준비로 분주한데, 아버지는 여유롭게 식탁에 앉아 계십니다.
그리고 꼭 하시는 말, “밥은 먹고 가라.”
그 말이 참 익숙하면서도, 어떤 날은 참 크게 다가옵니다.
아버지는 혼자라도 식사를 잘 챙기십니다.
반찬 몇 가지, 고구마 한 개, 된장국.
간단하지만 정갈한 식단입니다.
그리고 산책. 늘 같은 공원, 같은 길을 걷습니다.
비가 와도 우산 쓰고 천천히 걸으십니다.
주말엔 저랑 같이 걷기도 하고, 아이가 있으면 손을 꼭 잡고 천천히 걸으십니다.
이 산책이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하루를 준비하는 마음의 준비 같습니다.
병원도 정기적으로 가십니다.
스스로 예약도 하시고, 진료 후 결과를 자세히 설명해주시기도 합니다.
그걸 들으면서 ‘아, 우리 아버지도 누군가에게는 자식이었겠구나’ 하고 생각합니다.
건강을 챙겨드리는 게 아니라, 같이 챙기는 것입니다.
가족 내 역할 – 가만히 있어도 고마운 존재
아버지는 가만히 있는 걸 잘 못 하십니다.
오늘도 손주 도시락 반찬을 준비하시고, 마당에 있는 고추에 물을 주셨습니다.
“이거 매운 거니까 나중에 된장찌개에 넣으면 맛있어.”
그 한마디에, 된장찌개 맛이 벌써 입에 맴도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가끔 걱정됩니다. 너무 무리하실까 봐 말입니다.
그래서 쉬시라고 해도, 아버지는 웃으시며 “이게 운동이지 뭐”라고 하십니다.
그 모습이 참… 아버지다우십니다.
요즘은 가족 회의 같은 것도 자주 합니다.
저희 집에서는 여행 계획이나 큰 지출, 집 인테리어 같은 것도 꼭 아버지 의견을 듣습니다.
“난 몰라~ 니들이 알아서 해~” 하시지만, 막상 결정이 나면 “그게 좋겠다” 하고 웃으십니다.
아버지가 어떤 결정을 내리시지 않아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됩니다.
그냥, 거기 있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결론
부모님과 함께 사는 하루는 단순한 생활이 아닙니다.
그 하루는 쌓이고 쌓여서 관계가 되고, 가족이 됩니다.
세대 차이도 있고, 불편함도 있지만, 그만큼 더 따뜻한 순간들도 많습니다.
가끔은 말 한마디보다 한 끼 식사가, 함께 걷는 산책이 더 많은 걸 전해줍니다.
부모님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건…
그거 하나로도 하루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모이면,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