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냥 살짝 넘어졌어요" 조심했어야 했는데...
병원 진료실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중 하나는 바로 이 말입니다.
“그냥 살짝 넘어졌는데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살짝’이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계십니까?
작은 낙상이 노인의 삶 전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셔야 합니다.
예전에 저희 외삼촌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습니다.
욕실에서 미끄러지셨는데 처음엔 단순히 엉덩이를 찧은 줄만 아셨습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병원을 찾으셨고, 고관절 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결국 수술과 입원을 하시고, 그 뒤로는 예전처럼 걷지 못하시게 되었습니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말수도 줄고, 외출도 꺼리시게 되었으며, 일상이 점점 위축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족들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노인의 자립성, 정신 건강, 삶의 활력까지 위협하는 문제입니다.
특히 노년기에는 회복이 느리고, 또다시 넘어질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신체 활동까지 줄어들게 됩니다.
서울시에서는 최근 고령자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통해 욕실과 주방에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하고, 손잡이도 지원해주는 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아주 의미 있는 정책이지만,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의 관심과 실천입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은 낙상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에 계십니까?
2. 낙상, 막을 수 있어요. 우리가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됩니다.
낙상 예방은 어렵지 않습니다.
저도 어머니 댁에 가서 아주 작은 부분부터 정리해드렸습니다.
먼저 거실에 깔린 러그를 치웠습니다.
가장자리가 들려 있어 발에 걸리기 쉬운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으로 문턱에는 고무 슬로프를 설치해드렸습니다.
작은 변화였지만, 효과는 분명했습니다.
밤에 화장실 가실 때 어두운 복도를 대비해 센서등도 설치해드렸습니다.
요즘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센서등이 많아 설치도 간편합니다.
불빛이 자동으로 켜지니 밤길 안전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욕실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고, 변기 옆에도 손잡이를 달았습니다.
어머니는 처음엔 “괜찮습니다, 아직 멀쩡합니다”라고 하셨지만, 막상 설치 후에는 “이제 마음이 훨씬 편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운동입니다.
낙상은 단순히 미끄러지는 문제가 아니라, 균형감각과 근력 저하에서 시작됩니다.
어머니께서는 매일 아침,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 10회, 벽 잡고 다리 들기 5분씩 꾸준히 운동하십니다.
처음엔 힘들어하셨지만, 지금은 체력도 좋아지고 걸음도 훨씬 안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3. 우리가 도와줘야 어르신이 낙상으로부터 자유로울수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낙상을 가장 두려워하는 이유는, 낙상 후 혼자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만난 78세 어르신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예전엔 혼자서 전철도 타고 친구들이랑 등산도 다녔는데, 한 번 넘어지고 나니까 모든 게 무서워졌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넘어짐 이후에는 회복도 힘들고, 주변 시선도 신경 쓰이니 결국 사람도 안 만나게 됩니다.
외로움과 고립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꼭 말씀드립니다.
“넘어지지 않게 돕는 것이 진짜 효도입니다.”
주말에 부모님 댁에 잠깐 들러 집안 점검만 해드려도 큰 도움이 됩니다.
욕실 바닥은 미끄럽지 않은지, 손잡이는 있는지, 조명은 밝은지 확인해보는 것만으로도 어르신의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요즘에는 지자체에서도 낙상 예방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75세 이상 고령자에게 욕실 손잡이, 미끄럼 방지 매트 등을 지원하고 있으니, 부모님이 대상인지 꼭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동사무소나 보건소에서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운동은 혼자보다 함께할 때 훨씬 즐겁고 효과적입니다.
저도 어머니와 저녁 산책을 자주 합니다.
함께 걸으며 이야기 나누고 웃는 그 시간이, 몸과 마음을 동시에 건강하게 만들어줍니다.
우리는 어르신의 ‘걸을 권리’를 지켜드려야 합니다.
단순히 넘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있게 걸을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진정한 효도이고,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